저는 6년 좀 안되게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었습니다. Linux Device Driver 개발을 수년간 했고, 사내 웹서비스의 풀스택 개발을 잠시 했었습니다.
그리고 퇴사 후 반년 정도 스타트업에서 근무했고, 6개월 정도 일을 쉬었다가, 현재는 다시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
수년간 두 상반된 개발자 조직에 있으면서 생각하곤 했던 "좋은 개발자 되기, 그리고 개발자로 취업시 고려할 점"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스스로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많은 개발자들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Impostor_syndrome
Impostor syndrome - Wikipedia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Psychological pattern Medical condition Impostor syndrome, also known as impostor phenomenon or impostorism, is a psychological experience in which a person suffers from feelings of intellectual and/or professional fra
en.wikipedia.org
가면 증후군이란, 업무에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성과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동료들을 속이는 사기꾼이라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가면 증후군에 해당될 수 있다고 합니다:
- "나는 개발자가 될만큼 머리가 좋지 않은 것 같아"
- "동료들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 "일도 해야 되고 개발 공부도 해야 되는데 벅차고 힘들다"
- "누군가 나의 진짜 실력을 알아챌까봐 두렵다"
개발자들은 워낙 업무의 지식적 범위가 넓고 개개인의 퍼포먼스가 다른 직종에 비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므로, 가면 증후군에 매우 취약한 직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오랫동안 겪어왔던 문제였고 번아웃 증상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일의 난이도는 높고, 너무 많은 일에 허덕였었고, 주변에 뛰어난 동료들이 너무 많아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일을 쉬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코딩을 잘하는 사람은 정말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주목을 많이 받기도 하고, 실제로 좋은 대접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그 실력자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개발자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고, 회사에서는 실력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문제라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 상태에 지쳐 안주하거나 포기하기 때문에 회사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 못한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내 실력을 열심히 기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꾸준하게 실력을 기르다 보면, 어느샌가 실력이 쌓여 있을 것이고, 그때 내 실력에 맞는 직장이나 일감을 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실력에 비해 지나친 연봉 및 처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번아웃 및 가면 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느낍니다.
저는 멘탈이 건강한 실력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2. 끊임없이 공부하고 정리하고 기록해야 내 것이 된다.
개발자로서 알아야 되는 지식은 너무나도 광범위합니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끝없는 학습량에 압도당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저 또한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공부 자체는 개발자의 업이기 때문에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구글링은 물론이고 LLM에 물어보면서 학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이 매우 용이해졌습니다.
그러나 제일 지양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었을 때 당장의 문제를 넘기기 위해 1회성으로 당장 닥친 일만 처리하고 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해답이 왜 해답인지에 대한 이해를 어느정도 확실히 해두고, 어딘가에 정리하고 기록을 해서 보관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개발 지식이라는 것은 조만간 다시 재사용이 필요한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에, 다음 번에 필요한 순간이 되었을 때 생각이 나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이 안 난다면 어디로 가서 다시 look-up해야 하는지 빨리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cheetsheat 공간이 필요합니다(제 블로그도 이런 비슷한 공간입니다).
당장 공부를 하고 기록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이 너무 많이 뺏기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게을리 하면, 금방 물경력 개발자가 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효율적인 정보 기록 방법을 계속 찾고자 노력 중입니다.
3. 개발 능력에는 코딩만이 아닌 협업과 소통 능력의 비중이 매우 크다.
이것은 학생 또는 취준생 때는 깨닫기 어려운 사실 중 하나입니다. 나 혼자의 페이스대로 열심히 하면 보상이 따라주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사람들이랑 너무 얽히는 게 기빨리고 화면만 보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서인 것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잘못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제품이든 솔루션이든 서비스이든 기업에서 상용화하는 것은 개발자가 혼자서 다 개발할 수 있는게 거의 없고 팀워크로 만들어집니다. Git과 Github이 그렇게 중시되는 것도, 형상관리의 이유도 있겠으나, 결국 팀워크를 위한 기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동료에게 원활하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기본입니다.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제때 공유해야 합니다.
일단 공식적인 업무 미팅과 보고문서는 모든 직장인한테 그렇듯이 개발자에게도 너무 중요합니다. 저는 주니어 때 이걸 잘 깨닫지 못했었는데요. 그냥 제가 평소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테니, 업무 미팅과 보고문서에서는 대충 임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말로 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본업인 개발하기도 바쁜데 몹시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했어도 열심히 안 한 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을 위의 매니저와 동료들이 평가하게 되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그분들이 이해를 잘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업무 설명과 보고 작업이 귀찮지만 이것도 본업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공식적인 미팅과 보고 외에 업무 일상에서의 소통도 매우 중요합니다. 개발 업무는 요구사항과 구현에 있어서 매우 명확한 의사전달이 중요합니다.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언어적으로 표현을 잘하는 것은 필수적입니다. Slack과 같은 협업 툴이나 업무메신저를 사용하면서, 말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듣는다"가 당연한 이치입니다.
또한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성에 우러나오는 언어 사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들 특성상 성격이 매우 드라이하고 기계적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에 의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압니다. 특히 요즘에는 코드 리뷰를 통한 협업이 필수인데,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리뷰는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주니어일수록 특히 더 배려해서 친절한 문장을 쓰는 것도 연습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소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동료의 작은 호의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어떤 의견에도 리액션을 잘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는 동료들은 실력보다는 인성이 좋았던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4. 취업 전략
개발자로서 취업 전략이란 것은, 수많은 요소에 따라 다르게 가져가야 된다고 느낍니다.
고려해봐야 할 요건들을 생각나는대로 나열해보면..
- 희망 연봉
- 신입 or 경력직
- 경력직의 경우 직급은 어떻게 할지?
- 회사 규모
- 대기업 vs 중견 vs 스타트업
- 사업 도메인
- ex) IT서비스, AI, 제조업, 금융, 교육, 커머스, 의료, 엔터테인먼트 등.
- 분야에 따라 연봉과 문화 등이 매우 상이함. 또한 개발외적으로 배워야할 도메인 지식이 매우 다름.
- 회사의 성장성 여부(산업 전망)
- 사용하게 될 기술 스택과 업무 범위
- 내가 배운 걸 쓰게 될지?
- 기존 코드 유지보수 업무와 신규 개발 간 비중이 얼마나 될지?
- 내가 감당 가능한 업무인지?
- 조직 문화(회사 평판)
- Harsh한 성과주의 문화 vs 포용적 문화
- Hardcore 야근 불사 vs 워라밸
- 회사 복지
- 식대 지원, 교육비 지원, 장비 지원 등.
- 출퇴근 거리 or 재택근무 여부
- 체력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이 있음.
- etc.
취직할 회사를 찾는데 있어서 위의 요건들을 최대한 많이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취직이 급하다고 어디든 합격하는데로 바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쉬운 위치인 신입일 때, 이런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빠른 합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회사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연봉이 많던 적던 간에 다 마찬가지입니다. 위 요건들을 몇 개 만족하지 못하는 회사에 취직한다면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금방 어려워질 수 있고, 이른 퇴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하게 오래 다닐 수 있어야, 개발자로서의 역량 향상도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대기업이나 잘 나가는 회사를 못 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더 작은 회사에서 실력 향상을 할 수 있다면, 오히려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어느 회사든 가성비 좋은 경력직을 선호합니다). 개발자는 다른 직종보다 개인의 노력으로 실력의 향상이라는 것 더 가능한 직종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이번에 그럴 생각이지만, 여유를 가지고 취직 준비를 하고자 합니다. 쉬엄쉬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업무 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질 때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위 요건들을 제 기준에서 많이 맞출 수 있는 회사를 찾으려고 합니다.
5. 회사 지원 TIP
저는 스타트업에 잠시나마 있으면서 채용 절차에 관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서류 검토 & 면접 참여).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서류 단계에서는 일단 시선을 잘 끌어당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쁜 의미의 노이즈나 어그로를 끌라는 의미는 아니고, 검토하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부트캠프 출신 개발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작은 회사라 할지라도 지원 서류는 수십~수백장은 기본으로 들어옵니다.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많은 지원서를 보지만 그 중에서 정말 눈길이 가는 것은 소수입니다. 일단 진부하거나 올드해보이는 서류는 바로 탈락입니다(나이가 많은 지원자일수록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직장 생활 이력, 프로젝트 경험, 기술 스택 정보 등의 정보가 간결 및 깔끔하고, 핵심이 잘 담긴 지원서들이 살아남았던 거 같습니다. 이런 서류들은 핵심 전달 능력이 좋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일도 잘하겠구나 싶은 느낌을 줍니다).
힙해보이는 포트폴리오는 분명 좋은 영향이 있긴합니다만, 내가 담당하고 기여한 부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지 못한다면 면접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경력을 부풀려서 작성하는 것은 정말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렇게 부풀려서 입사한다 한들, 회사의 기대치만 높여서 일할 때 본인만 힘들 것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서류이든 면접이든, 지원자가 개발자로 취직하기 위해 얼마나 진실되고 성실하게 살았는지를 봤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사 자체에 대해서 열심히 파악하려고 하는 자세가 보인다면 더 호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히 면접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사람의 인상과 성격이었습니다. 이것은 회사의 조직문화 특성에 따라 다르긴 한데요, 똑똑해보이고 번쩍이는 타입을 좋아하는 곳이 있는 반면, 젠틀하고 유들유들한 타입을 좋아하는 곳으로 나뉜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건 사실 결국 같이 일할 실무진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하는 매우 인간적인 과정이므로,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는 많지만, 정작 건실한 지원서는 소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점을 역이용하면, 남들보다 조금만 더 좋은 평가를 받아도 합격하기가 수월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6. 마무리
글을 쓰면서 스스로의 커리어 패스에 대해서 회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스스로의 마인드셋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핵심은... "꾸준히 실력을 늘리는, 좋은 인성을 갖춘, 건강한 멘탈의 개발자가 되자"인 것 같습니다.
글을 읽는 모든 개발자 및 개발자 지망생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